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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_114527
일 자
2015.04.01 17:12:46
조회수
4729
글쓴이
국군교도소관리자
제목 : 한겨례 - “정성 들인 만큼 자라는 식물 보면 성취감 느껴요”
자생식물 복원 기지 국군교도소

경기도 이천시 장호원읍 국군교도소 수용자들이 지난 19일 오후 교도소 안 비닐온실 옆에서 원예용 육묘 상자에
상토(모판흙)를 채우고 분홍바늘꽃, 섬기린초, 층꽃나무 등 희귀식물 씨앗을 심고 있다.

원예용 육묘 상자에 상토(모판흙)를 채우는 담황색 수인복 등판에는 굵은 고딕체로 “희망”이라 쓰여 있다. 작은
플라스틱병 속 분홍바늘꽃 씨앗은 숨만 크게 쉬어도 날아가버릴 듯 가볍다. 2~3개씩 조심스레 집어 올려 200칸 육묘
상자 칸칸이 꽂는 손길이 정성스럽다. 상자 위 상토를 쓸어내는 손가락들 가운데는 선임병의 괴롭힘을 참다못해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방아쇠를 당긴 손가락도 있다.
30여년 전까지 ‘남한산성’으로 불리던 육군교도소를 잇는 경기도 이천시 장호원읍 국군교도소. 철조망이 얹힌 높이 5.2m의 담으로 세상과 철저하게 격리된 곳이다. 지난 19일 오후 이곳에서 환경부 ‘자생식물 복원 파트너십’의 올해
첫 파종 행사가 열렸다.

바깥세상과 격리된 철저 보안 덕분 멸종위기종 등 보호식물 재배에 최적 야생식물 종자은행 수장고 채우며,삭막한
수용시설 분위기 개선까지 푸른 군복 벗고 수인복 걸친 청년들 희귀식물 돌보며 새 삶 희망 키운다

자생식물 복원 파트너십은 환경부가 교도소와 소년원 등 수용시설을 희귀식물의 씨앗을 받는 채종포(씨받이밭)로
활용하는 사업이다. 보안이 철저해 멸종위기종을 비롯한 희귀식물을 어느 곳보다 안전하게 증식할 수 있으면서 식물을
재배하는 데 참여하는 수용자의 정서 안정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 출발했다. 일반 교도소와 소년원
등에서는 2012년 봄부터 시작됐고, 국군교도소는 2년 전부터 참여하고 있다.
이날 국군교도소 원예반원 5명을 포함한 수용자 10여명은 국립생물자원관 국가야생식물종자은행에서 가져온 섬기린초,
층꽃나무, 분홍바늘꽃 등 희귀식물 6종의 씨앗 6만여개를 육묘 상자 100여개에 나눠 심었다.
동료 수용자들과 함께 씨앗을 심은 원예반장(31)은 “재작년에는 기결수만 대상으로 하는 바람에 하지 못하다가 지난해
미결수 대상으로 바뀌어 참여하게 됐다”며 “교도소 안에 서예반, 서각반 등도 있지만 원예반이 제일 인기가 있다”고
말했다.
국군교도소에는 재판이 진행 중인 미결수와 1년6개월 미만 징역형이 확정된 기결수 등 140여명이 있다. 1년6개월 이상
형을 선고받은 군인들은 형이 확정돼 기결수가 되면 민간교도소로 보내진다. 단, 사형 판결이 확정된 사람은 예외다.
교도소에서 ‘최고수’라고 불리는 이들은 형이 집행될 때까지는 계속 미결수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올해로 10년째 미결수 신분인 원예반장은 “식물이 조금씩 변화하는 것을 보는 것이 즐겁고, 정성을 들인 만큼 성장하는 것을 보며 성취감을 느낀다. 재배한 희귀식물에서 씨앗을 받아 전달할 때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또 다른 미결수 수용자(39)는 “지난해에 원예반 활동을 보고 재미있을 것 같아 이번에 지원했는데, 희귀한 식물들이
어서 생명을 키워내는 보람이 더 클 것 같다”고 말했다.
멸종위기종을 포함한 희귀식물을 키워 씨앗까지 받아내는 일은 간단한 작업이 아니다. 이날 수용자들에게 원예 교육을
한 장형태 대한종묘원 대표는 “개체수가 적어 증식 대상이 된 식물은 대개 환경 적응력이 약해 생육 조건을 맞춰주는
일부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국군교도소에서는 자생식물 복원 파트너십 참여 첫해인 2013년 봄 자생식물 가운데 왕제비꽃, 전주물꼬리풀, 섬현삼 등 멸종위기종도 3종을 심었다. 이 가운데 왕제비꽃 증식에는 실패했다.
노태우 국군교도소 기능교육과장은 “200칸짜리 육묘 상자 한 판에 심은 왕제비꽃 씨앗에서 싹이 다섯 개만 올라와 원예반원들이 애지중지하며 돌봤는데, 모두 여름을 못 넘기고 죽어 모두들 무척 안타까워했다”고 회상했다.

희귀식물을 씨앗에서 싹틔워 힘들게 키워가는 과정은 살아가는 의미를 잃고 굳게 닫아걸었던 수용자들의 마음을 열게 하는 계기가 됐다. 노 과장은 “7년여 동안 말도 제대로 안 하고 인상만 쓰고 지내던 수용자가 있었는데, 원예반 활동을 한
이후 사람들과 이야기도 나누고 잘 웃기까지 할 정도로 기적같이 변했다”고 했다. 원예반 반장 수용자가 바로 그다.
그는 원예 활동 소감문에 이렇게 적었다. “내가 생활하는 거실 화분에는 혹한의 엄동설한에도 자두나무 한 그루와
금잔화 한 포기가 파릇파릇하게 자라나고 있다. 자두나무는 식당에서 후식으로 나온 자두의 씨앗 겉껍질을 깨서 속씨만
모아 심었더니 그중 한 개가 싹을 틔운 것이고, 금잔화도 얼마 전 예쁜 주황색 꽃을 피웠다. 교도소 창살 사이 작은
햇살을 받고서도 꽃을 피울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함을 갖고 생활하고 있다.”
이날 씨앗이 파종된 육묘 상자들은 연병장 동쪽에 지어진 80평짜리 비닐온실로 옮겨져 매일 오전과 오후 3시간씩 원예반 수용자들의 극진한 보살핌을 받는다. 싹이 터서 이식에 적당한 크기로 자라면 교도소 안팎의 빈터로 옮겨 심는다. 이렇게 연병장과 수용동 주변, 교도소 진입로 옆에 뿌리내린 식물들은 초여름 꽃창포를 시작으로 범부채, 벌개미취, 전주물꼬리풀을 거쳐 가을철 구절초까지 차례로 피고 지며 삭막한 교도소 안팎의 분위기를 밝힌다.
국군교도소에선 지난해까지 2년 동안 구절초, 벌개미취 등 자생식물 씨앗을 3㎏ 이상 생산해 야생식물종자은행으로
보냈다. 김수영 국립생물자원관 유용자원활용과 연구사는 “자생식물 복원 파트너십에 수용시설 6곳이 참여하고 있지만, 이 사업을 통해 확보된 2차 종자는 대부분 국군교도소에서 보내온 것”이라고 말했다.
박호종 국군교도소장은 “군에 와서 한순간의 잘못으로 영어의 몸이 된 젊은이들이 정서적 안정감을 갖고 새로운 삶의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데 원예 활동이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며 “앞으로 이런 활동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천/글·사진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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